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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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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가을비 / 도종환 /170905

서까래 2017. 9. 5. 14:29

초 가을비 / 도종환

 

마음 무거워 무거운 마음 버리려고 산사까지 걸어갔었는데요

이끼 낀 탑 아래 물봉숭아 몇포기 피어 있는 걸 보았어요

여름내 비바람에 시달려 허리는 휘어지고

아름다운 제 꽃잎이 비 젖어 무거워 흙바닥에 닿을듯 힘겨운 모습이었어요

 

비안개 올리는 뒷산 숲처럼 촉촉한 비구니 스님 한 분

신발 끄는 소리도 없이 절을 돌아가시는데

가지고 온 번뇌는 버릴 곳이 없었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만 사랑하고 살아가며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제가 지고 선 세속의 제 무게가 있는가 봐요

내리는 비 한 천년쯤 그냥 맞아주며

힘에 겨운 제 무게 때문에 도리어 쓰러지지 않는

석탑도 있는 걸 생각하며

가지고 왔던 것 그대로 품어 안고 돌아왔어요.

절 지붕 위에 초 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던 날.

...................................

 

가을비가 온다.

아직은 푸르른 잎 새 위로 소리 없이

조용히 내린다.

가끔씩 하늘거리던 나뭇가지가

바람소리에 놀라 날갯짓하면

잎 새에 머물던 빗물들이 후두둑거리며

땅바닥으로 한꺼번에 곤두박질을 치며 비명을 지른다.

 

비가 얌전하게 내리는 게 가을비는 맞는데

봄비 같은 분위기가 난다.

 

갈색으로 변해 땅바닥을 나뒹구는 낙엽위에

그리고 앙상하게 변한 가지를 적시며 내리는

황량한 가을비는 분명 아니다.

 

슬프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가을비에

쓸쓸함과 울적함이 묻어나는 건

뜻 같지 않은 세상사 탓이리라.

 

하지만 어쩌랴?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고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어 쫄딱 젖어

비 맞은 새앙쥐 꼴이 되는 날도 있나니...

 

때로는 쏟아지는 비에 흠씬 젖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비 탓이라고 할 수도 없는

괜한 울적함은 소주 한잔으로도 달래지지가 않는다.

마음속에 황량한 가을바람이 찾아온 걸까?

 

오는 비는 올지라도

비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렇게 그저 허허허 웃으며 또 하루를 보내야지.

 

소복 입은 여인처럼 조용히 찾아온 가을비에

그저 행복하시길....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https://youtu.be/eYiDIeSk3Go

 

권인하,강인원,김현식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https://youtu.be/jDPrBBzq-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