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을 생각하면/ 김남주
이 고개는
솔밭 사이사이를 꼬불꼬불 기어오르는 이 고개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욱신욱신 삭신이 아리도록 얻어맞고
친정집이 그리워 오르고는 했던 고개다
바람꽃에 눈물 찍으며 넘고는 했던 고개다
어린 시절에 나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어머니를 데리러 이 고개를 넘고는 했다
고개 넘으면 이 고개
가로질러 들판 저 밑으로 개여울이 흐르고
이끼와 물살로 찰랑찰랑한 징검다리를 뛰어
물방앗간 뒷길을 돌아 바람 센 언덕 하나를 넘으면
팽나무와 대숲으로 울울한 외갓집이 있다
까닭 없이 나는 어린 시절에
이 집 대문턱을 넘기가 무서웠다
터무니없이 넓은 이 집 마당이 못마땅했고
농사꾼 같지 않은 허여멀쑥한 이 집 사람들이 꺼려졌다
심지어 나는 우리 집에는 없는 디딜방아가 싫었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때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이런저런 당부 말씀이 역겨웠다
나는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아버지가 총각 머슴으로 거처했다는 이 집의 행랑방을
- 시집『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창비, 1995)
김남주 시인은 그의 여러 작품에서 집안 내력을 정직하고 소상하게 까발렸다. 아버지를 노래한 시에서 “그래 그는 머슴이었다/ 십 년 이십 년 남의 집 부잣집 머슴살이었다/ 나이 서른에 애꾸눈 각시 하나 얻었으니/ 그것은 보리 서 말에 얹혀 떠맡긴 주인집 딸이었다” 김남주 시인은 어릴 적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독시리 자주 싸웠다면서 부잣집 딸과 그 집 머슴출신 남편의 혼인생활이 평탄할 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사회적 모순에 눈 뜨고 저항의식을 갖게 한 것은 성장 후 책이나 사회현상에 대한 통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어린 시절 ‘외갓집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사는 초가집과는 외양부터 크게 다르고 머슴을 서넛 부리는 외갓집에 대해 거부감이 컸던 것이다.
후략
-모셔온 글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나름 보람있는 하루였으리라 믿습니다.
봄이 깊어가는 건지
여름이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세월은 잘도 갑니다.
순풍에 돛 단 듯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막힘없이 빨리 가니까 좋지요?
아닌가요???
어차피 가야할 하루가 간 것 뿐 일겁니다.
어둠과 함께 평안함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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