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 까지는
/ 영랑 김윤식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절기로 보면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영랑생가에는 아마도 지금쯤 모란꽃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슬픔의 봄이건 기쁨의 봄이건
찬란한 봄이 익어간다.
봄의 전령들이 스러져가고
벚꽃마저 꽃비로 승화한 자리를
풍성한 분홍빛 겹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름이 가까이 왔음인지 점심산책길엔 더위를 느꼈다.
영랑의 모란을 읽노라니
모란을 언급한 글이 있어 한번 올려보니
남사스럽다 여기시지 말고 심심풀이 삼아 한번 읽어보시고
즐겁고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그 냄새 또한 향기롭더라.
(遺臭時流芳)
신(申)씨 성을 가진 어느 벼슬아치가 있었다.
그는 일찌기 어떤 명기(名妓)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친척과 친구들이 그 비행을 힐책하자,
신(申)은 말했다.
"나도 경계하여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였으나,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쁜 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니
내 그녀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러자 친구들이 책망하면서 물었다.
"그녀가 뒤를 볼 때 왜 그 더러운 것은 못 보았는가?"
"왜 못 볼 리가 있었겠는가?
그녀가 뒷간에 오를 때를 보면
마치 공작새가 오색구름을 타고 깊은 계곡에 들어가는 것과 같고,
분홍색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아랫도리를 드러낼 때에는
그 엉덩이가 반쯤 구름 사이에 구르는 쟁반과 같고,
또 그 하부가 흩어지며 소변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마치 운모(雲母)가 붉은 입술을 열고
구슬 같은 물을 토해 내는 것과 같고,
그녀의 방귀를 말하자면 날던 꾀꼬리가 꽃나무에 앉아
백가지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으며,
그녀가 대변을 쏟을 때면
노랑 장미꽃이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되고,
사타구니는 마치 붉은 모란과 같다.
그래서 그녀가 뒤를 볼 때에 더럽게 보인다기 보다는
서시(西施)가 얼굴을 찡그리면 찡그릴수록 왕의 총애를
더 받았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으니 이를 어찌 하겠나 ?"
친구들은 크게 웃으며 희제(戱題)하여 시를 한수 지었다.
"미인이 백가지로 아름다우면(美人生百媚)
더러운 냄새도 곧 향기가 되니(遺臭時流芳)
어찌 화왕(모란)만 욕하겠는가(豈獨花王辱)
또한 장미(가시)에 상할 것이로다(薔薇亦可傷)“
옛 선비들의 미인을 대하는 자세가 이러하였나니
우리 후세들도 마땅히 이를 본받아야하지 않겠소이까?
껄껄껄~~~~~~
솔개트리오의 “여인”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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