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기도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뭄 난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 양광모, '비오는 날의 기도'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저 새야
울려거던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소월시인의 "왕십리"라는 시입니다.
비가 내리면 그냥 입이 아닌 머릿속으로 흥얼거려 보는
나름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그냥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까지만 되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가 틀어지면 한 수가 더해진다.
"이왕 오려거든 석달 열흘만 내려라."
때로는 비를 맞으며 한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한가로이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창밖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빗속의 여인이라도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없는 추억을 소설처럼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그냥 패스하자.
비도 오려거든 비답게나 내려야지
내리는 게 영 시원치가 않다.
이왕 오려거든 시원스럽게 내렸으면 좋겠다.
비에 젖은 나무들이
말끔한 얼굴로 상큼하게 미소짓는 아침,
또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입니다.
기쁨과 행복이 장마철의 폭우처럼
콸콸 쏟아지는 주말되시기를 빕니다.
비 내리는 금요일
행복하시길...
솔개트리오의 "여인"
장현의 "빗속의 여인"
'카톡카톡 > 2021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210621 (0) | 2021.06.28 |
---|---|
삶도 사랑도.../210619 (0) | 2021.06.28 |
이 순간/ 피천득/210617 (0) | 2021.06.17 |
길 가는 자의 노래/류시화/210616 (0) | 2021.06.17 |
먼 후일 /210615 (0) | 2021.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