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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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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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QKRSHGO/220619

서까래 2022. 6. 20. 16:27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멀어져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내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이른 아침에 안개비가 내렸다.

얼굴에 스프레이를 하듯 안개비가 얼굴을 어루만지고 스러져갔다.

 

어제밤에는 이슬비가 내렸었다.

차에 놔둔 물건을 가지러 나왔다가,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야밤 산책에 나섰다.

대상공원을 지나 쌍암공원을 돌고 있는데 가는 빗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의 산책으로 끝내려했던 산책이 비를 만나니 길어진다.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시원치 않게 내리는 비였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어

과기원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늘은 어둡지만 가로등불에 비치는 6월의 수목들은 가히 환상적이다.

 

발길 닫는대로 걷다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에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야간형 인간이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고약한 취미일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기쁨을 느끼니 굳이 아니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

따로는 빨리 잠드는 게 내일을 위해서 훨씬 생산적이련만,

그냥 잠들기 아쉬운 날들...

 

또 그렇게 하루밤을 허송하며 나를 지나쳐 가는 건지,

아니면 나를 비켜 가고 싶은 건지는 나도 모른다.

 

아내와 아침 운동을 함께하고 두어 시간 동안 노닥거리며

시간 때우기를 하다가 집을 나와 서로의 갈 길을 간다.

아내는 친구들과의 12일 여행을 즐기러 부안으로 떠나고,

나는 사무실로 향한다.

 

오늘도 흐릿한 날씨,

그제처럼 잠시였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던 소나기를 기대해본다.

 

여유롭고 느긋한 휴일 보내시길 빕니다^^

 

서유석의 "가는 세월"

https://youtu.be/_wiZhHJ-Y-8

 

김신우의 "귀거래사"

https://youtu.be/pzrVlUQrh1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