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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카톡카톡/2023 보낸카톡

광야(曠野)/이육사/230629

서까래 2023. 6. 29. 09:55

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그 많은 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루 밤새 내린 비에 영산강의 고수부지에 있던

산책로와 체육시설, 공원 등 모든 시설들이 물에 잠겼었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흙탕물 위에 둥둥 떠서

더러는 자맥질하듯 구르며 떠내려가던

셀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수많은 덤불과 나뭇가지

그리고 쓰레기들은 어디서 나와서

모두 어디로 흘러간 걸까?

 

이 물이 빠지고 나면 영산강변의 꼴이

몹시도 처참하리라 여겼다.

 

오늘 새벽에도 비가 조금 내렸었나보다.

놀라웠다.

오늘 아침에 만난 영산강은 언제 물이 그렇게 많이 흘렀냐는 듯,

거의 평상시애 가까울 정도로 물이 줄어 있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강변 산책로는

마치 물청소를 한 것처럼 깔끔했고,

산책로변의 풀이며 풀꽃들도

세수를 마치고 나온 것처럼 말끔했다.

 

다만 키가 큰 갈대와 억새 같은 풀들이 물길방향으로 누워 있고

강물에 휩쓸리고 쓰레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나무들의 몰골이

그 날의 물난리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문득 바다의 존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바다의 품이란 아마도 초자연적인 넉넉함일 것이다.

어떤 미모의 가수는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갈 길을 막는 물길을 원망했다지만,

만일 바다가 육지였다면

사방천지가 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아침산책길에 바다의 위대함을 느끼면서,

문득 이육사시인의 광야라는 시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지만 그냥 그랬다.

 

그런데 바다의 품이 아무리 넓고 포용력이 크다지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까지도 포용하고 안아 줄지는 미지수다.

아니, 받아주지 않았으면 좋겟다.

바다의 의지로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제 6월도 불과 이틀만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더군요.

 

자연이 하는 일이 있고,

우리네 인간들이 감내하고 해야 할 일들이 따로 있겠지요.

 

모쪼록 적당히 내려서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비 피해 입지 않도록 잘 대비하시고,

고온다습한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빕니다.

 

어제 아침과 오늘 아침에 담아본 영산강변 풍경사진 올려봅니다.

 

오늘하루도 평안하시길...

 

(음표)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https://youtu.be/BxmYktIDsPE?list=RDBxmYktIDsPE

 

(음표)김원중의 바위섬

https://youtu.be/QklBuSHDU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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