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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카톡/2023 보낸카톡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유고시/230901

서까래 2023. 9. 4. 09:34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라간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는 건지

사방에서 숭숭 바람이 스며든다

 

낙엽을 말아 올리는 스산한 거리

담뱃불 끄고 일어선 사내가 떠나간다

막바지의 몸부림인가

이별의 포한인가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하는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이별의 계절이다

.........

 

계절의 변화라는 게 참으로 오묘하기 그지없다.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식을 줄 모르고,

푹푹 쪄대던 날씨가

그깟 비가 며칠 내렸다고 이렇게도 얌전해지다니.

 

9월이 문을 엽니다.

그리고 9월의 문으로 들어서 봅니다.

느껴집니다.

가을 기운이...

 

그래 가을이 이런거였지.

60번도 더 가을을 맞이하고 보냈건만

매번 가을을 잊어버리고 살다가

가을이 닥쳐서야 비로소

! 이게 가을이구나라고 느낀다.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황량한 들판에 마른 바람이 불어대는 늦가을의 스산함과 쓸쓸함이 느껴질 때는

가슴이 아리도록 서늘해지기도 한다.

 

가을은 오묘한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만큼 수식어가 많은 계절도 없다.

 

이제 날이 풀리면 따사로운 남국의 햇살들이 곡식과 과일들을 살찌우고 무르익게 할 것이다.

우리네 인간들도 따사로운 가을 햇살 받으며 더 숙성되고 성숙해질 수는 없는걸까?

 

가을이 온다고 세상이 바뀌기야 하랴만,

괜시리 마음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다.

 

원래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가을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고 흉볼 이 누가 있겠는가.

 

9월과 함께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 가을이 다가 왔습니다.

 

이 가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해피 9,

해피 가을^^

 

(음표)패티김의 "9월의 노래"

https://youtu.be/2uUbJnW8iZ4?si=ZvfaZBB1MDU2hI_O

 

(음표)이동원의 "가을 편지"

https://youtu.be/nm5GitqajxI?si=fApAT9SblXJtqN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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