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의 절규
/ 이동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함부로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
이 시는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조명한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집필했던 시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육군사관학교의 교내 흉상 철거 및 이전 논란을 지켜보는
홍범도 장군의 시선에서 그린 새로운 시라고 합니다.
시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자리한 홍범도 장군 묘소 바로 위에
친일반민족행위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저 씁쓸합니다.
이 시가 어찌 홍범도 장군만의 절규겠습니까?
온 국민이 좌절하고 절규하고 있는 것을요.
닭모가지를 비뜰어도 시간은 가고,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지만,
세월따라 앞으로 나아가야할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으니 이를 어쩐답니까?
개탄스러운 일이지요.
세상 일이란 게 참 희안하긴 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 세상사,
비록 절망스럽더라도
쥐구멍만한 희망이라도 붙들고
오늘도 화이팅하시게요.
9월의 첫주말,
즐겁고 알차게 보내시길...
(음표)윤선애의 "솔베이지의 노래"번안곡
https://youtu.be/BzmjNvvW4rw?si=JkMZKvrQvtJPODdc
(음표)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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