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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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240405

봄날에... 하루를 말끔히 씻고 나면 왠지 나이도 씻은 것 같아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아직은 근사하다 저녁 바람에도 봄은 실려 오고 오늘은 아무 걱정도 없이 누웠는데 문이 열린 채 오래된 마음은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이 오질 않는다 막무가내로 아직은 젊은 탓인가 봄인 탓인가 이 나이에도 봄바람이 부나 보다 이런 날 혼자 누워 있으면 나뭇잎이 바람을 그리워하듯 아득한 누군가가 문득 그리워지는 봄밤 벚꽃 흐드러진 창가에 참 오래도록 기억나는 그 사람은 언제 왔는지 잊었던 풍경 한 장 그리고 서 있다 - 최일도/“행복하소서” 중에서 또 한주가 간다. 한주가 시작된다 싶으면 한주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이다. 결국은 일상을 마무리하지도 못하고 주말까지도 이어가기 사람들도 많지만 금요일..

싸우면 안 되는 이유/240403

싸우면 안 되는 이유 개랑 싸워서 이기면 개보다 더한 놈이 되고 개랑 싸워서 지면 개보다 못한 놈이 되고 개랑 싸워서 비기면 개 같은 놈이 된다. - “행복한 동행(8월호)”에서 이전투구()라는 말이 있지요. 아시다시피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라는 말입니다. 원래는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평한 말인데, 지금은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싸우거나 체면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다투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우리나라 정치판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넉자가 길면 두자로 딱 줄여서 “개판”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어쨌건 개랑은 절대 싸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봄비가 내립니다. 밤에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활짝 핀 벚꽃들이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하얗게 수놓고 ..

카테고리 없음 2024.04.03

백비(白碑)가 보여주는 청렴한 삶/240402

백비(白碑)가 보여주는 청렴한 삶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사람은 세상에 남기는 명예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그런데 전남 장성 소나무 숲 한 묘지 앞을 지키는 낯선 비석이 있는데 이름뿐만 아니라 아무런 글도 쓰여 있지 않은 '백비(白碑)'가 있습니다. 이곳에 묻힌 이는 조선 중기 청백리로 이름난 박수량(1491~1554)의 묘지였습니다. 그는 예조참판, 형조판서, 호조판서 등 높은 관직들을 역임했습니다. 조정에 출사 한 시기가 38년이나 되고 재상에 이르는 직위에까지 올랐지만,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가 죽었을 때 집에 돈이 없어 가족이 상여를 메고 고향도 가지 못하니 신하들이 임금께 청하여 겨우 장사를 치렀다.' - ..

4월에는 /목필균/240401

4월에는 축축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 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 목필균 소리도 없이 4월이 다가왔습니다. “사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듯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엘리어트는 황무지의 전문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지만 어쩌면 이제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닐 것 같다. 잔인한 달이라는 타이틀은 3월에 넘어 간지 오래, 4월은 이미 잔인함을 초월한 달임에 틀림이 없다. 아직 초목이 푸르렀다기에는 이르지만 하루가 다르게..

봄길/정호승/240328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 오늘도 봄비가 내립니다. 가는 비가 오락거리는 새벽길을 걷습니다. 첨단 공원에도 벚꽃들이 피어납니다. 그런데 아니 벌써? 정부종합청사 정원에 들어서니 미니장미가 꽃을 피우고 앵두나무와 자두나무, 자엽나무가 꽃을 활짝 피었습니다. 봄을 영접한다는 의미의 영춘화가 피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겨지지만 벚꽃이 미처 만개하기도 전에 앵두나 자두 같은 나무들이 꽃을..

언젠가는/만해 한용운/240327

언젠가는 언젠가는... 말 못 할 때가 옵니다. 따스한 말 많이 하세요. 언젠가는... 듣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값진 사연, 값진 지식 많이 보시고 많이 들으세요. 언젠가는... 웃지 못할 때가 옵니다. 웃고 또 웃고 활짝 많이 웃으세요. 언젠가는... 움직이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가고픈 곳 어디든지 가세요. 언젠가는... 사람이 그리울 때가 옵니다. 좋은 사람 많이 사귀고 만나세요. 언젠가는... 감격하지 못할 때가 옵니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고 사세요. 언젠가는...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 萬海:한용운 사는 게 고달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달픈 줄만 알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지도 모..

스쳐가는 게 인생이더라 /240324

스쳐가는 게 인생이더라 마음 길 스쳐가는 것이 바람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이에는 사랑도 스쳐서 갔고 그리움도 스쳐서 갔고 때로는 슬픔도 스쳐서 갔겠지요 그리움은 그리운 대로 놓아 두고 사랑은 사랑대로 놓아 두고 슬픔은 슬픈 대로 놓아두고 가야 할 길들이겠지요 그렇지 않음 돌부리에 넘어지고 사랑에 넘어지고 그리움에 넘어지고 슬픔에 넘어지고 말겠지요 낙엽 진 산길을 걸어보면 압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꽃길 만이 아니라 청산도 걸어서 왔고 들길과 강길도 걸어서 왔다는 것을.. 산길 들길 강길을 다 지났건만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봄길 가을길도 다 지났건만 그대는 지금 어데로 가십니까? 나는... 산길 들길 강길도 다 지나고 봄길 가을길도 다 지나서 지금은 마음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 좋은 글에서 ..

한계선/박노해/240322

한계선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좋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 박노해 세월이 정말로 빠릅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지만 물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세월이란 녀석은 결코 되돌아오는 일이 없습니다. 그저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겠지만 의미 없이 보낸 날들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나이가 드니 아름다웠던 추억들도 기억력과 함께 점점 ..

꽃/김춘수/240320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벚꽃 맛보기.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영산강변의 벚꽃 한 그루는 첫 꽃망울을 터뜨린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몇 송이 밖에 피우지 못했다. 쌍암공원에도 작은 한그루의 벚꽃나무가 꽃을 피웠다. 매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부지런한 녀석들이다. 아마도 다음 주 중이면 이곳 남도..

가야할 길 멈추지 마라/240319

가야할 길 멈추지 마라 "비가 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山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 할 곳이 있다면, 태풍이 불어도 거친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세요. 오늘 지금 이 시간을 사랑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스치는 인연의 소중함을 새기며 즐기며 사세요, 청춘과 노화는 쉬면 쉴수록 늙는다고 합니다. - “행복한 동행(8월호)”에서 비라도 내릴 듯이 날씨가 흐릿합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한 날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