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결과 가을꽃의 향연,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무등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뷰티풀했다.
맑은 날씨지만, 하늘은 파스텔화를 보는 듯 옅은 안개가 서려 다소 뿌옇다.
무등을 찾은 지도, 아니 산에 오른 지가 한참은 된 듯하다.
무작정 마음껏 걷고 싶을 때면 찾는 무등은 함께 하다보면
어느덧 그의 품에 안겨 모든 걸 잊고 있음을 느낀다.
무등산장 원효사에서 늦재삼거리를 지나 바람재로 향한다.
길섶에는 무리지어 핀 물봉선이 자태를 뽑낸다.
바람재에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동화사터 방향으로 오르다가
중터리길(덕산너덜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변엔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수줍게 웃어보인다.
덕산너덜의 시원한 그늘아래 넉넉하게 자리하고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인다.
마시다 보니 한병이 부족해 나머지 한병을 더 꺼내
두어잔 더 훌쩍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토끼등에서 동화사터에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잠시 쉬기 위해 너덜겅에 들어서니
홀로 눕기에 기가 막힌 자리가 있어
배낭을 베개삼아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너무 편하게 잠들어 잠시 산이라는 걸 망각했다가
문득 산이라는 걸 깨닫고 꿀잠을 깼다.
그렇게 삼십여분을 편하게 잤나보다.
동화사터에 이르니 중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온통 억새꽃의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이제 가을의 초입인줄 알았더니,
가을향기가 물씬 풍긴다.
길을 걷는 산객들의 설레임이 얼굴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게 산에 취하고 경치에 취해 걷다 보니
내 마음도 산이 되고 바람이 되어 흘러간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흘리는 땀방울은 시원한 바람이 모두 거두어 간다.
중봉앞 사거리에서 잠시 망설인다.
서석을 오를까 아니면 아니면 백마능선을 따라
안양산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어 볼까?
서석으로 방향을 잡고 서석대를 지나 햇살과 바람이 노니는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입석과 장불재에 이른다.
규봉암을 지나 꼬막재 방향으로 가고 싶지만 몸상태로 봐서
무리일 것 같고 그냥 내려가기도 아쉬워 백마능선으로 향한다.
시원하지만 다소 세찬 바람을 맞으며 능선길을 따라 걷다가
능선암에서 발길을 되돌린다.
장불재를 지나 중봉사거리에서 잠시 망설이다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다소 여유롭게 노견의 가을 풍경을 만끽하려는 마음이었는데,
변화가 적은 길이라서 지루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도 한없는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무등아!
하마터면 오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뻔 했구나.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고 고맙구나!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풍취였다는 것 뿐.....
*** 산행코스 : 무등산장 원효사-늦재삼거리-늦재-바람재-중터리길(덕산너덜길)-동화사터-중봉-서석대-입석대-장불재-백마능선(능선암)-
장불재-중봉사거리-임도(작전도로)-전망대-늦재삼거리-원효사
원효사 모녀상
늦재삼거리 쉼터
덕산정
바람재 청풍정
중터리길(덕산너덜길)
덕산너덜
홀로 쉬기엔 너무 넓은 자리
이 곳에서 잠시 단꿈을 꾸었다네.
동화사의 흔적들
동화사터위 쉼터를 지나쳐 중봉으로....
무등산 정상부
중봉을 향하여....
억새꽃의 향연
중봉정상
서석대
장불재
서석대
서석대 정상부에서 바라본 무등의 정상부
입석대
장불재
능선길
능선암에 올라 잠시 바람을 희롱하다 발길을 돌린다
늦재삼거리
원효사앞에서 바라본 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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