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공휴일이 된 한글날 아침,
숙취 때문인지 머리가 그다지 맑지 않다.
바람이라도 쐬고 맑은 정신으로 사무실에 나가야겠다 싶어
아내와 함께 한재골로 향한다.
오늘은 어디를 둘러볼까 하다가
편백숲트레킹길의 안 거닐어본 길을 가보기로 하고
가을꽃 향기를 맡으며 산들산들 가을길을 걸어가는데
계곡의 정자를 지나 큰골로 가는 산책로가 너무 멀것 같아
그냥 직진해서 올라가는데
왼쪽 종아리가 따끔하다.
뒤돌아보니 장수 말벌이 눈에 들어온다.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치는데 벌들이 게속 따라오며 쏘아댄다.
안되겠다 싶어 모자를 벗어들고 겨우 벌들을 물리치고 나니
갑자기 아내가 달려오기 시작하는데,
벌들이 따라오며 쏘아댄다.
다시 아내에게 달려내려가 모자로 벌을 쫓는데
어찌나 공격적인지 모자에 맞으면서도 계속 달려들다가 도망간다.
그렇게 장수말벌에게 나는 세방, 아내는 두방을 얻어 맞았다.
“ 이 사람아! 오지 마라니까 뭐하러 거기서 달려와서 벌을 쐬고 그래”
“나는 빨리 오라고 하는 줄 알았지”
“에라! 이 사람아!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네”
그런데 갑자기 숨이 턱에 찰만큼 가빠진다.
뛰어서 숨이 가쁜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벌독 때문에 생긴 호흡곤란 증상이었음에 틀림없는데,
다행히 오래지 않아 가라앉았다.
벌에 쏘인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 시간 정도를 걸어
차를 몰고 내려 오는데 몸이 축 쳐진다.
첨단병원 응급실에 들러 주사를 맞고 귀가해 쉬다가 삼실로 향했다.
아마도 말벌이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데 내가 집을 밟았던가 보다.
벌의 종류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엄청난 크기로 봐서 장수말벌이 아니었나 짐작해본다.
이런 벌에 몇 방만 더 쏘여도 사망한다는 말에 실감이 간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암튼 모두들 조심하시라!
게곡을 타고 올라와 큰골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산책로가 아닌 사방댐에 오르는 길인데
이 길목에서 한 오십미터쯤 오르다가 말벌의 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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