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거의 나은 줄 알았던 말벌에 쏘인 팔 주변에 두드러기가 생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
나온 김에 공원이나 한바퀴 돌고가자며 쌍암공원으로 향했더니
상설무대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막바지에 접어든 마지막 무대를 즐기고 나오는데 황송하게도
유리물병 하나씩을 선물로 나누어 준다.
“내일은 산에 바람이나 쐬러가세!”
“그러게, 어디로 갈라고?”
“글쎄?”
내심 지리산쪽으로나 달려볼까 생각했는데,
아내가 무등산 장불재에 가서 억새나 구경하고 오잔다.
그 말에 함축된 의미는 장불재까지만 갔다 왔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있음을 안다.
함께 산에 오르면 한없이 걸으려는 나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아내와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진다.
물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지만
아내는 조금은 힘겨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껏 걷고 싶을 때면 홀로 길을 나선다.
물론 강권하지 않을 뿐 일부러 아내를 떼어놓고 산행을 한 적도 없지만...
집에 오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들녀석이 내일 친구들과
증심사에서 만나 무등산을 오르기로 했단다.
그래서 버스타고 함께 증심사로 가서 산행을 할까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아들녀석 먼저 보내고
아홉시쯤 여장을 챙겨 무등으로 향한다.
원효사에서 동화사터로 오르는 길을 오랜만에 걸어본다.
단풍은 아직 이르고, 가을꽃은 많이 사그러 들었다.
그래도 드문드문 보이는 붉은 빛은 가을임을 상기시켜준다.
동화사터를 지나 중봉 가는 길의 억새가 햇살을 받아 하얀빛을 발한다.
무등산 정상부엔 붉은 빛이 점점히 박혀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다.
중봉을 지나 서석을 바라보며 서석대엔 제법 단풍이 들었겠다고 했더니,
서석대에 오를거냐고 묻는다.
“이 사람아, 자네가 안가면 내가 뭐하러 혼자 올라가겠는가?
안 그려?“
“그러면 장불재로해서 신선대쪽으로 내려가볼까?”
“그러세!”
장불재 입구에 서있던 커다란 안내판이 사라진 장불재의 억새를 바라보며,
정상부를 외면하고 규봉암 방향으로 향하는데,
이쪽 사면에는 제법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지공너덜의 고운단풍을 즐기며 석불암 약수로 목을 적시고
규봉암을 찾으니 광석대도 이제 홍엽으로 물들어 있다.
여유롭게 무등의 가을을 느끼며 느긋하게 걸어
신선대억새평전에 이르러 억새밭안에 둥지를 틀고 앉아
검은 커피 한잔과 함께 으악새의 작은 속삭임을 느껴본다.
꼬막재를 지나 산장의 공원관리소에 이르니 광장주변이
가을빛으로 아롱져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어디건 여행을 떠날 일이다.
원효사에서 늦재삼거리 가는 길
늦재삼거리
늧재삼거리에서 동화사터가는 산길로 접어든다.
동화사터 정상부 쉼터
제철을 맞은 용담꽃이 곱기도 하다.
중봉가는 길목의 억새는 햇빛을 받아 하얀빛을 발한다.
서석대주변도 붉게 물들어 가고.......
너덜지대가 단풍이 빨리드는가 보다.
장불재전경
장불재표석옆에 있던 커다란 안내판이 사라지니 장불재가 환해 보인다.
백마능선을 바라보며 규봉암으로 향한다.
석불암이 보이고...
지공너덜의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광석대와 규봉암
신선대억새평전의 억새밭엔 미로를 따라 커다란 억새밭안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둥지를 틀고 앉아 휴식을 취한다.
꼬막재
여긴 가을이 한참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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