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등에서 맛본 가을의 정취에 취해 눈을 부비며 일어난 아침,
어제는 집에서 쉬겠노라던 아내가 오늘은 가까운 병풍에나 잠시 올랐다 오잔다.
"알아서 하시게!"
그리고 새벽같이 보내온 친구의 카톡에 답글을 보내고 있는데,
친구와 만연산에 가기로했는데, 함께할 의향이 없는지 묻는다.
아내하고야 어제도 함께했으니,
시간이 허락할 때 좋은 벗들과 하루를 어울리는 것도 가하지 않겠는가?
해서 옆자리로 살짝 끼어들어 화순 큰재로 향했다.
큰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만연산에 오른다.
산행이 목적이라기보다 뱃속의 허전함을 달래려는 목적이 크기에
어쩜 산행은 만남을 빙자한 수단이었음에랴.
그래서 가장 간단한 코스로 전망대가 있는 만연산 2봉으로 올라
전망대에 앉아 무등과 수만리 들판을 굽어보며 홍주 몇잔으로 갈증을 달래고,
주저없이 하산해 화순읍의 맛집에 들러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나는 육회에
맑은 생명수를 들이키니 주름진 얼굴에 살짝 단풍이 든다.
왕만두 한봉지를 짊어지고 찾은 세량지의 오후는 한가롭기만하다.
찍사님들이 찾기엔 아직 너무 이른 계절,
세량지의 여유롭고 한적함을 벗삼아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단풍이 예쁘게 물들기를 바라며 홍주로 고사를 지낸다.
조만간 만산홍엽으로 물들고, 저수지둑엔 사람들로 넘쳐나겠지!
홍주도 동이나고 서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담양 한재골로 향한다.
편백숲트레킹길이나 잠시 거닐다 하늘마루정원에 들러 향기로운 홍차 한잔씩 나누며
하루일과를 마무리할 요량이었는데,
별로 걷고 싶은 염사가 없는 모양이다.
한재골 약수터에서 약수 한사발씩을 마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색스폰 소리는 봄날이감을 서러워하고 있다.
이런 된장, 가을이 가고 있는데 뮈신 봄날이여?
주인장의 색스폰연주를 감상했으니 그냥일어설 수 없다며
두부에 막걸리 두병을 나누어 마시고,
찾은 하늘마루정원엔 붉게 물든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언제나 그렇듯 주변 풍광을 즐기며 부드럽고 향기로운 홍차의 온기를 느껴본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거늘 어찌 이슬만 먹고 살 수 있으랴?
하산하는 길에 대아제의 둑길을 걸으며 익어가는 가을의 향기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하산하여 얼큰한 감자탕에 마시는 소주맛이라니.........
벗이 좋고 맛도 좋아 즐기다보니 늘어나는 건 술병뿐이라.
집에 들어와 고목처럼 쓰러져 곤히 잠들었다 일어나니 아침해가 밝았다.
얼굴이 부숭부숭한게 아마도 바깥바람을 너무 많이 쐰 탓일게야!
벗들이여! 덕분에 즐거웠네!
하지만 항상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렸다가 잊어먹는 혼돈에 빠지곤 한다네.
다음에 기회 생기면 뱃속 한쪽은 비워두는 여유를 느껴보세나....
허허허!!!
큰재에서 만연산을 오르며....
무등산 장불재와 안양산, 그리고 수만리
만연산 전망대
세량지 가는 길
세량지엔 데크전망대가 새로 선을 보인다.
한재골 대아제와 불태산
하늘마루정원
대아제 둑길의 풀섶에 가을이 녹아들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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