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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알프스, 병풍산의 환상적인 설경/131221

서까래 2013. 12. 21. 19:42

 

어제(금요일) 밤,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밖에는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고 있고

더 이상 사무실에 머물고 싶지 않은 마음.

컴퓨터를 끄고 전화를 한다.

 

 

“오빠, 이제 들어 갈 건데,

눈도 오는데 눈도 맞고 뭐 좀 먹고 들어가게 밖으로 나와.“

“나는 그냥 쉬고 싶어, 안 나갈래.”

“어허~ 씨잘데기 없는 소리 말고,

오빠가 맛있는 것 사줄텡께 나오라니까.”

그제서야 마지 못 해서 “알았어.” 그런다.

 

참고로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오빠라 부른 적이 없는데,

홀로 자칭하는 외로운 오빠다.

이 세상의 오빠들은 모두 그렇게 외롭고 힘들다.ㅜㅜ

그 놈의 오빠가 뭐 길래? 씨~~

 

 

 

그렇게 퇴근을 해서

오락가락하는 눈을 맞으며

아들과 셋이서 신세대풍의 통닭집 창가에 자리를 잡고

호프를 마시는데,

병풍과 무등의 설경이 눈에 삼삼하다.

 

그래서 무등까지는 못 가더라도

병풍은 한나절거리니 오전 일찍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내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기도 가겠단다.

통닭 맛도 별로고 해서 두어 잔 마시고

공원의 설경을 감상하며 귀가 해서.

 

 

눈을 뜨니 일곱 시 반이 되어간다.

느리적 거리다가 날이 밝자 대충 여장을 챙겨 대치재로 향한다.

대치재에서 바로 산길로 접어들어,

이른 시각이라 두어 사람이 지나가며 찍어 놓은

발자욱을 따라 투구봉으로 향한다.

 

 

최근 들어 산행을 게을리 한 굼벵이 마님은 굼뜨기로는

천하 제일임을 과시하며 갈 길 바쁜 서방님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그리나 느리적거리며 가도  비경을 조금 늦게 접할 뿐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특히나 설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굼벵이선녀님은

너무 아름다운 장관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예전에 겨울이 되면 인간계와 선계의 경계가 대략 해발 600m 인근

지점에서 형성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듯 했다.

 

 

 

인적이 거의 없는 선계의 비경을 감상하며 투구봉에 올라

막걸리와 김밥으로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병풍산 정상을 향하니,

만남재 방향에서 올라온 산객들이 제법 많다.

선계의 비경에 빠져 병풍산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

너나 할 것 없이 산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이다.

 

 

 

산에는 雪花가 만발하고,

신선과 선녀들의 얼굴엔 笑花가 만발하니

어느 누군들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겠는가?

 

설경은 하늘을 찌르도록 아름다운데다

날씨는 포근하고, 하늘은 맑은데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묘한 기운이 있어

주변의 풍광을 수시로 바꿔 놓는다. 

필경 선계의 수장께서 조화를 부리시는 게야!

 

오늘 같이 아름다운 날 병풍을 만날 수 있었음은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이 있다면 이 아름다운 산행을 한나절로 끝내야 했다는 안타까움 뿐.

투구봉 삼거리에서 만남재로 내려와 산책로를 따라 내려 오면서도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한재(대치재, 월성넘이)에서 바라본 투구봉

 

그리고 천봉

 

 

 

 

 

 

 

 

 

 

 

 

 

 

 

 

 

 

 

 

 

 

 

 

 

 

 

 

 

 

 

 

 

투구봉

불태산

 

 

 

 

 

 

 

 

 

 

 

 

 

 

 

 

 

 

 

 

 

 

 

 

 

 

 

 

 

 

 

 

 

 

 

 

 

 

 

 

투구봉

 

 

 

정상부는 구름에 가리고...

 

 

 

 

 

 

 

 

 

 

 

 

 

 

 

 

 

 

 

 

 

 

삼인산

 

 

 

 

 

 

 

 

 

 

 

 

 

 

 

 

 

병풍산 정상

 

 

 

 

 

 

 

 

 

 

 

 

 

 

 

 

 

 

 

 

 

 

 

 

 

 

불태산과 투구봉

 

 

 

 

 

 

 

 

 

 

 

 

 

 

 

 

 

 

 

 

 

 

 

 

 

만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