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서 산행다운 산행을 별로 못했다.
이맘때쯤이면 괜시리 마음이 설레인다.
물따라 산따라 바람따라 꽃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항상 마음과 같던가?
모처럼 벗들과 함께 셋이서 산행을 즐겼다.
난 계절의 특성상 보다 남쪽으로 내려가고 싶어 월출을 오르자고 했지만,
친구는 모처럼의 산행길에 월출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지 불갑산으로 가잔다.
산이라고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좋다는 점에서야 무슨 차이가 있으며,
어디에 오른들 어떠랴?
자욱한 안개가 아니라, 지독한 안개다.
호남대광산캠퍼스에서 만나 용천사로 가는 길도
오리무중이 아니라 온 천지가 안개에 덮여 십미터 앞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안개낀 아침공기를 가르며 용천사에 도착하니
아홉시가 되어가고 비로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상사초 군락지답게 상사초의 잎사귀가 사뭇 홀로 푸르름을 자랑한다.
오르다보니 현호색이 벌써 꽃을 피우고,
생강나무들이 군데군데 서서 샛노란 꽃망을을 터뜨리며 산객을 유혹하는데,
간간이 봄의 새색시 진달래가 연분홍 날개를 펴는 모습이 보인다.
구수재에서 불갑사로 갈까 연실봉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연실봉방향으로 향한다.
연실봉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길을 나서니 비실비실하던 벗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욕쟁이와 바람둥이 친구들의 걸쭉한 입담을 벗삼아 걷다보니 노루목, 장군봉, 투구봉, 법성봉, 노적봉을
언제 지나친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덫고개가 가까와지니 만개한 진달래꽃이 자주 눈에 띈다.
그래 반갑다!
진달래야^^ 안뇽^^
수인사를 나누며 걷다보니 내 마음도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간다.
하지만 걷다보니 어김없이 다가오는 배꼽시계의 재촉.....
덫고개 정자에 자리하고 앉아 맛있는 찰쌀밥에 묵은김치 갈비찜, 맛있는 묵은김치에 상추쌈,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탁배기를 벗삼아 거하게 먹고나니 세상에 부러울게 없도다.
근디 앉아서 먹다보니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히고 몸이 으슬으슬 추위를 느낀다.
여장을 챙겨 불갑사로 내려서서 계곡길을 따라 다시 구수재 방향으로 향한다.
저수지의 물빛은 푸르고 금잉어의 꼬리짓에도 생동하는 봄기운이 담겨있다.
저수지를 지나니 눈길을 사로잡는 현호색의 군락,
그리고 산자고가 보이나 싶더니 노루귀꽃이 고개를 들고 꿩의 바람꽃도 지천에 깔려있다.
그리고 이름을 알듯 모를듯한 꽃들도 하나씩 얼굴을 내민다.
계절은 이렇게 우리가 못 느끼는 새에 앞서 다가와 눈앞에서 경연을 펼친다.
지천에 갈린 야생화를 벗삼아 걷다보니 구수재 가는 길이 너무 짧아보인다.
구수재에서 용천사로 내려서서 귀가하는 길,
너무나 즐거운 산행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벗들이여!!!!
언제나 그렇듯 함께해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천에 깔려있는 귀염둥이들을 일년여 만에 다시 만나는 기쁨도 그에 못지 않았다네.
항상 건강하세나.
그리고 자주는 아니라도 여건이 허락되면 가끔씩 이렇게 함께 하세나!
껄껄껄..............
함평 용천사 입구, 안개가 많이 사그러들었다.
오!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다. 귀여운 녀석!
V자 안해도 된다니까?
오호! 현호색도 피어있고......
소나무도 홀로 푸르구나!
진달래도 멍울을 풀 준비를 하는데...
얄밉게도 요녀석은 먼저 꽃을 피웠네^^
헥헥거리고 걷다보니 어느덧 연실봉이고..
이 곳에서 목을 축인다.
인물은 볼 것이 없지만 사진을 잘 찍으니,
사진빨이 괜찮구먼...ㅎㅎㅎ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산길을 따라......
덫고개쪽에는 진달래가 만발했다.
덫고개 정자에 앉아 선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니,
신선이 따로 없으되 선식이 떨어져 인간계로 내려서야 한다.
불갑사
불갑사 저수지의 물빛이 마냥 푸르다.
애들은 금잉어를 술안주감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중..
침삼키는 소리는 안 냈으면 좋으련만,,,
침 그만 삼키고 빨리 가장께!
원숭이는 그래도 물고기가 먹고 싶어서 눈길을 못 떼지만....
어, 산자고도 피었네!
꽃무릇 잎새도 푸르고.....
현호색을 비롯한 야생화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오매! 너는 꿩의 바람꽃 아니냐?
임마, 반갑다야'
니 이름도 알 듯한디 생각이 안 부러야...
이뿌나 미안허다야.
워매! 너는 노루귀 아니냐?
너도 벌써 나와 부렀다이!
많이도 피었구만...ㅎㅎㅎ
그렇게 이쁜이들을 보며 구수재에 올랐다.
하늘도 징하게 맑고 푸르네!
아따! 남산제비꽃도 피었어야!
귀여운 것들....
그렇게 가다보니 용천사에 내려서고...
용천사를 뒤로 하고 일상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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