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 그는 온갖 화려한 것을 다 거두어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하늘은 더 아름다워 보이고 대기는 한층 밝아 보입니다. 한 금 한 금 넘어가는 황혼의 햇살은 어쩌면 저렇게 진주 빛을 했습니까 가을 하늘은 밝은 호수 여기다 낯을 씻고 이제사 정신이 났습니다 은하와 북두칠성이 맑게 보입니다. 비인 들을 달리는 바람소리가 왜 저처럼 요란합니까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닐까요. - 노천명 우리의 가을은 갔습니다. 11월이 갑니다. 12월에게 겨울로 가는 바통을 넘기고 가을을 거두어 갑니다. 가을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어쩌면 가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가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백설의 계절 겨울이 옵니다. 아니, 이미 겨울이 왔습니다.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