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전체 글 4761

행복/천상병/240925

행복  나는 세계에서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생활의 걱정이 없고대학을 다녔으니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명예욕도 충분하고이쁜 아내니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집도 있으니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아내가 다 사주니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하나님을 굳게 믿으니이 우주에서가장 강력한 분이나의 빽이시니무슨 불평이 온단 말인가!  - 천상병   이승으로 소풍 왔다가저승으로 소풍을 떠나신 분행복하셨을 것이다.그러나 시인의 삶은 고달프셨을 것이고부인의 삶도 녹록치는 않으셨을 것이다.그 고단함을 이겨내신 건아마도 사랑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다 가신 시인님이 존경스럽고,부분적으로 부러운 면도 있으나누구나 나름대로의 삶이..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240924

가지 않은 길   그날 아침 두 길에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해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이 이어지므로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오늘도 길을 간다.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오리무중인가?아니 미로 같다.뭔가 길을 잘 못 들어선 느낌이다.   어디선가 갈림길에서 길을 잘 못 선택했다.어떤 길을 걷건 하루하루 새로운 길을 걷게 되지만가다보면 갈림길이 있게 마련인데,길이 보이지 않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돼지 발굽과 술 한 잔 /240923

돼지 발굽과 술 한 잔   춘추시대, 제나라에 수많은 군대를 거느린초나라가 쳐들어왔습니다.제나라의 위왕은 초나라를 막기 위해신하 순우곤에게 동맹국인 조나라로 가서구원병을 청해 오라고 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황금 100근과 수레 10대를예물로 가져가게 했는데, 이에 순우곤이 갑자기 하늘을 보면서 크게 웃자위왕이 의아해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순우곤.자네는 이 예물이 적다고 생각하는가?"   "전하, 제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다만 제가 전하를 뵈러 오던 중 보았던한 농부가 떠올라 웃은 것입니다."   순우곤이 위왕에게 이어서 말하였는데,사실 이것은 위왕에게 전하고자 하는간곡한 청이었습니다.   "그자는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놓고는밭에 오곡이 풍성하고 집안 가득 넘쳐나기를 빌었는데앞..

9월의 쉬어가는 길목에서/240920

9월의 쉬어가는 길목에서   벌써 9월의절반이 지나가는9월의 길목에와있네요   눈 뜨면 아침이고돌아서면 저녁이고월요일인가 하면벌써 주말이고   월 초인가 하면어느새월 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빠른 건지내가 급한 건지아니면 삶이 짧아 진건지   "일모도원()" 이라해놓은 건 없는데거울 속의 나는 어느새 늙어있고마음속의 나는 그대로인데어느새세월은 중년을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짧은 세월허무한 세월그래도 하루하루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지요   늘바람처럼 물처럼삶이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고 해도사는 날까지는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사는 동안아프지 말고어느 하늘 밑어느 동네에 살든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무탈하게 보내시고건강하게 내일을 맞이합시다.   - 좋은 글 中에서..

"너, 술 마셨니 ?"/이어령/240919

"너, 술 마셨니 ?"   유학 간 아들이 어머니와는매일 전화로 소식을 주고 받는데아버지와는 늘 무심하게 지냈답니다​어느날, 아들이 갑자기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내가 이렇게 유학까지 왔는데,아버지께 제대로감사해 본 적이 없다어머니만 부모 같았지,아버지는 손님처럼 여겼다'고 말입니다​아들은 크게 후회하면서'오늘은 아버지께 위로와감사의 말씀을 전해야겠다.'는생각으로 집에 전화했습니다 ​마침 아버지가 받았는데, 받자마자"엄마 바꿔줄게" 하시더랍니다​밤낮 교환수 노릇만 했으니자연스럽게 나온 대응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아들이​"아니요 오늘은아버지하고 이야기하려고요."라고 말했습니다​그러자, 아버지는"왜, 돈 떨어졌냐?"고 물었습니다​그러니까,아버지는 '돈 주는 사람'에불과했던 겁니다..

행복에 필요한 또 하나의 P/240913

행복에 필요한 또 하나의 P   인생이란, 각기 저마다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이 길을 행복하게 걷기 위해 우리에게'3P'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평안(Peace)'입니다.과도한 욕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고요를유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실천(Practice)'입니다.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차근차근 실현해 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인내(Patience)'입니다.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림 없이 꾸준히나의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요.호주 퍼스의 시립미술관에는1889년 그려진 'Down on His Luck'이란작품이 있습니다.   그림 속 사내는 숲길에 앉아모닥불을 피우며 쉬고 있습니다.그의 뒤편으론 그가 하루 종일 힘겹..

들풀/류시화/240912

들 풀   들풀처럼 살라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과거를 기억하지 말고미래를 갈망하지 말고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다만 무언의 언어로노래 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 류시화   그래 들풀처럼 살았으면 좋겠다.허나 바라는 것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들풀처럼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아니 들풀처럼 흐르는 물처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들풀처럼 살아간다는 건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의미와도 상통할 것이다.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

9월의 시/문병란/240911

9월의 시   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 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   - 문병란   추래불사추()9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다.절기는 분명 가을이련만 가을 같지가 않다.아침저녁으로 가끔씩 가을이 왔다가는 되돌아 가버린다.대체 이게 무슨 변인지 모르겠다.거의 유례없는 무더위이니 이상기후인 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나일회성으로 심하게 온 것인지내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이정하/240910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저쪽에서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무슨 일을 하든 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 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240909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다.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거야."   부는 바람도 공짜, 하늘에 뜬 흰 구름도 공짜,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도 공짜, 눈부신 햇살도 공짜였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의 자태도 공짜, 그 꽃이 풍기는 향기도 공짜였다. 우연히 만난 아이의 환한 웃음도 공짜,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도 공짜였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다 공짜다. 사랑, 우정, 의리, 신뢰 등은 천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다.   그 대신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온 마음을 쏟지 않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아침에 시린 공기도, 숲길을 걷는 것도,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책방에서 뒤적이는 책들도, 거리 시원한 미인의 몸매도, 아무 바람 없는 친절도, 시원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