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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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종수(八十種樹)/230829

팔십종수(八十種樹) 박목월 선생의 수필 '씨 뿌리기'에 호주머니에 은행 열매 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 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하고 대답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 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 (六十不種樹)"라는 말이 있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宋兪)가 70세 때 고희연(古稀宴)을 했다. 귤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10년 뒤, 귤열매를 먹고도 1..

소크라테스의 천국/230825

소크라테스의 천국 소크라테스는 총각 시절에 여러 명의 친구와 비좁은 방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그 좁은 방에 여럿이 살면 불편하고 짜증이 날텐데 뭐가 그리 즐거워 그렇게 웃고 다닙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사니 즐겁습니다. 서로 경험을 나누고 지식도 나누고 서로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 뒤에 같이 있던 친구들이 결혼을 해서 하나 둘씩 떠나고 소크라테스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이 다시 물었습니다. “여럿이 살아 좋다더니, 지금은 혼자가 되어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야 하는데 여전히 웃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지금은 여기 있는 많은 책들을 내 마음대로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선생님들을 내가 독차..

처서(處暑)/문태준/230823

처서(處暑)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 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에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 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 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 익은 산새소리 알은 체 별처럼 시끄럽다 - 문태준 오늘이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입니다. 더위가 물..

인생살이의 네 가지 소중한 지혜 /220622

인생살이의 네 가지 소중한 지혜 ① 제행무상(諸行無常) 태어나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형태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 나도 꼭 죽는다. 라고 인정하고 세상을 살아라. 죽음을 감지하는 속도는 나이별로 다르다고 한다. 청년에게 죽음을 설파한들 자기 일 아니라고 팔짱을 끼지만, 노인에게 죽음은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림과 같나니 종교, 부모, 남편, 아내, 누구도 그 길을 막을 수 없고, 대신 가지 못하며, 함께 가지 못한다. 하루하루, 촌음(寸陰)을 아끼고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②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헤어짐이 세상사 법칙이요 진리이다. 사랑하는 사람, 일가친척, 남편, 부인, 자식, 명예, 부귀영화, 영원히 움켜쥐고 싶지만 하나 둘 모두 내 곁..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230821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승자는 패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고, 패자는 승자보다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고 말한다. 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고 패자의 하루는 23시간밖에 안 된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듯이 폭염이 내리쬐다가 또 비가 쏟아지고, 다시 폭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온다 절정에 가면 모든 것은 내리막길을 가기 마련이다. 느리게, 그리고 주저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지만 미래는 현재가 되는 순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가 버린다. 하루하루는 지루한데 일주일은 금방 흩어지고, 한 달이나 일 년은 쏜살같이 날아가고 없다. 우리 만난 지가 언제였더라 하며 악수하다 보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230818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호주 출신의 작가 '브로니 웨어'는 한 때 요양원 말기 암 환자 병동에서 수년간 일하며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만난 환자들은 죽음의 목전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크고 작은 후회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서 책으로 소개했습니다. 1.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2.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3.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 4. 옛 친구들의 소중함 5.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에 '후회'가 남아 있도록 살아왔다는 그 자체가 후회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마지막을 겪습니다. 사..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230817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찌는 듯한 가마솥 더위 핑계로 잊고 있었던 안부를 전합니다. 후덥지근한 날씨도 입추 말복 지나니 이젠 한풀 꺾이고 조석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한낮에는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곧 말간 하늘 청정한 가을의 맛을 느끼겠지요 우리의 삶도 계절이 지나가듯 초침이 째깍거릴 때마다 변해가고 있잖아요 가을은 우리에게 풍요와 낭만 그리고 그리움도 함께 주는 가 봅니다 선선한 소슬바람 한 점에도 어스름 저녁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에도 눈물이 핑 도니까요 아픈 기억은 잊어버리시고 가을에는 더 행복하십시요 - 내 마음의 온도 중에서 세월이 가고 계절도 변해갑니다. 어느덧 8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조석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걸 보면 그렇게도 뜨거웠던 여름도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이 머..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김용택/230810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 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 김용택 비가 내립니다. 밤새 비가 내렸지요. 태풍이 몰려온답니다. 비는 내려도 아직 바람은 불지 않..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오세영/230808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8월은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온 길을 뒤 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발 아래 까마득히 도시가, 도시엔 인간이, 인간에겐 삶과 죽음이 있을 터인데 보이는 것은 다만 파아란 대지 하늘을 향해 굽이도는 강과 꿈꾸는 들이 있을 뿐이다 정상은 아직도 먼데 참으로 험한 길을 걸어왔다 벼랑을 끼고 계곡을 넘어서 가까스로 발을 디딘 난코스 ... 8월은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달이다 오르기에 급급하여 오로지 땅만 보고 살아온 반평생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아, 나는 지금 어디메쯤 서 있는가, 어디서나 항상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은 하염없이 흐르기만 하는데 우르르면 먼 별들의 마을에서 보내오는 손짓 그러나 지상의 인간은..

삶을 위로하는 시/정연복/230807

삶을 위로하는 시 ​혼신의 날갯짓을 쉼 없이 하지 않고서야 어찌 새가 자유의 허공을 훨훨 날 수 있겠는가. 긴긴 여름의 폭염과 비바람을 숱하게 경험하지 않고서야 어찌 푸른 잎이 빛 고운 단풍이 될 수 있겠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이 세상의 어느 생명이라도 삶의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하느니. 왜 내 삶은 이다지도 힘들까. 느껴지고 눈물 나는 날에도 본디 삶은 이런 게 아니겠냐고 가만가만 마음을 다스리자. - 정연복 밖으로 나서기가 두려울 정도의 무더위가 연일 이어집니다. 이번주에 말복도 들어있고 8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니 이번주가 지나고 나면 폭염이 조금씩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무더위가 가고나면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을이 성큼 다가 올겁니다. 아침부터 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