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길을 내준 돌담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돌로 만든 담이 있습니다. 그 돌담은 시멘트로 두껍게 막아놓은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게 켜켜이 둘러막은 담이 아닙니다. 엉성하리 만큼 틈새가 있고. 견고함에 있어서는 어디 내세울 것이 없는 그런 돌담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긴 돌담은, 모진 바람을 잘도 이겨냅니다. 틈새 때문입니다. 돌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내준 돌담 사이의 그 엉성한 틈새 때문입니다. 바람이라는 장애물에 맞서 대항하기보다 지나가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돌담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어려움이 찾아오고 있습니까? 찾아올 고통에 대비해 단단히 무장하고 높이 더 높이 담을 쌓기보다 바람을 통과하게 하는 돌담처럼 지나가게 하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