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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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람/이외수/241204

잘 익은 사람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인간도 마찬가지다.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이외수의 하악하악> 중에서 -   천지에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부패의 극치다.썩어도 더럽게도 썩는다.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한마디로 극악무도한 짓이다.그나마 국회의 빠른 의결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그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는 가늠할 수 없다.   수신제가()도 못한 자에게 나라를 맡긴 대가다.나는 아니라고..

12월의 기도/목필균/241202

12월의 기도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무사히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여기다 풀어 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 목필균   이별의 시간이 다가..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241128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운명은 노력하는 사람의 것/241127

운명은 노력하는 사람의 것   어느 의과 대학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한 부부가 있는데, 남편은 매독에 걸렸고 아내는심한 폐결핵에 걸려있다. 이 가정에는 아이들이 4명 있는데,한 명은 병으로 죽었고, 남은 아이들은 결핵으로 누워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이 부인은 현재 임신 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러자 한 학생이 대뜸 소리쳤다. "낙태 수술을 해야 합니다." 교수가 말했다."자네는 지금 베토벤을 죽였네." 이 불행한 상황에서다섯 번째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었다. 봄날에 날씨가 좀 쌀쌀해져 며칠 동안 화분을거실에 두었다가 다시 마당에 내 놓았다. 그런데 생기 있던 꽃들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걱정이 되어 병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자 차츰 ..

비가 오면 중년의 가슴에도 비가 내리네/이채/241126

비가 오면 중년의 가슴에도 비가 내리네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세상의 꽃은 못되더라도사람의 향기만은 나누고 싶었고시대의 별은 못되더라도 사람의 도리만은 다하고 싶었다.   산다는 건 절반의 외로움인가,아니, 절반의 두려움세상이 나를 몰라주듯나 또한 세상을 몰랐었네.   나보다 영악하고나보다 잘난 세상에서 인생아,때로는 바보처럼 살고 싶었다.한 번쯤 천재처럼 살고 싶었다.   바보도 천재도 아닌 지금오늘처럼 비가 오면천근만근 젖어드는 빗소리에중년의 가슴에도 세월의 비가 내리네.   - 이채   비가 내린다.가을비 같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차마 비를 맞을 수는 없어 우산을 받쳐들고겨울비 내리는 가을길을 걷는다.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책로들은 겨울이 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아직은 가을에 머물고..

카테고리 없음 2024.11.26

당신이 참 좋습니다/김정한/241125

당신이 참 좋습니다   가진 것 많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한 당신이 좋습니다.언제 달려가 안겨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넉넉한 당신이 좋습니다.   내가 죽을 만큼 힘이 들 때,말없이 내 등을 두드리며 마음으로 용기를 주는 당신이 좋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늘 그 자리에서 편안함을 주고,마주 바라만 보아도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당신이 좋습니다.당장 만나지 않아도 이름만 떠올려도 기분이 좋아지는 당신이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기댈 수 있는 진실의 언덕이 있고, 언제 어디서나 마음 나눌 수 있는,순수의 강물이 흐르는 내 어머니 품 속 같은 사람, 그런 당신이 참 좋습니다.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늘 한결 같이 따뜻한,나만의 당신으로 내 곁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그런 당신이 있어 나 ..

잘 지내고 있어요/목필균/241121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움은 문득문득잘 지내고 있어요?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안부를 묻는 말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잘 지내고 있어요?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안부를 전하는 말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잘 지내고 있어요?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전하고 싶다   - 목필균   불교 용어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절인연 뜻은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며, 아무리 노력해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만남, 일과의 만남, 물건과의 만남도 그 시기가 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물 흐르는 대로 /조미하

물 흐르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라는 말이 좋습니다.인연이 있을 때는 함께하고인연이 끝나면 떠납니다.   사람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원하든 원하지 않던어김없이 계절이 오고 가는 것처럼   못 입고 못 먹고 장만했던 집도청춘 바쳤던 일터도눈에 아른거리도록 예뻐 샀던 가방도정성을 쏟았던 화분도 인연이 끝나면덤덤해지고 마음에서 떠납니다.   아쉬움에 억지로 잡지 마세요.마음만 뒤숭숭합니다.가벼이 여기며 물 흐르듯 받아들이세요.   - 조미하《결정했어. 행복하기로》중에서   어제에 이어 차가운 날씨가 이어집니다.어제 아침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세찬 바람이 불어대더니오늘 아침에는 하늘은 잿빛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바람 한 점 없이 잠잠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변화하며 겨울을 향해 가나봅니다. ..

인생은 아름다워/241118

인생은 아름다워   금강산은 백두산, 한라산과 더불어한민족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높이 1,638m에태백산맥 북부에 있습니다.   수천 개의 봉우리는깎아지른 듯한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고계절에 따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계절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봄에는 산수가 수려해서 금강산(金剛山),여름에는 녹음이 물들어 봉래산(蓬萊山),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풍악산(楓嶽山),겨울에는 기암괴석이 드러나 개골산(皆骨山),그리고 눈이 내렸을 땐 설봉산(雪峰山),멧부리가 서릿발 같다고 상악산(霜嶽山),신선이 산다고 하여 선산(仙山)이라고불리고 있습니다.   자연 만물의 변화가 계절마다 아름다운 것처럼인생의 춘하추동 역시 저마다의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봄철의 새싹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의푸르름은 얼마나 아름답습니..

나무의 철학/조병화/241115

나무의 철학   살아가노라면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쉼 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 조병화   나무들이 곱게 물들어 간다.남도 도심의 가로수들이 이제야 제대로 물들었다.더러는 미처 물들지도 못하고그냥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거나말라붙은 채 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북풍한설이 몰아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11월도 이제 절반이 지났으니계절로 치면 만추를 지나 초겨울에 접어들 시기이다.이제는 나무들마저 정신 줄을 놓고 사는 걸까. 나무들에게도 철학이 있을 것이다.수 백 년이나 수 천 년 동안 도를 닦아왔을 나무들도달력 보는 법은 배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