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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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처럼 아름답고 싶습니다/이채/230912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습니다 가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고 싶습니다. 가을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진실한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을엔 그리움이라 이름하는 것들을 깊은 가슴으로 섬기고 또 섬기며 거룩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싶습니다. 오고 가는 인연의 옷깃이 쓸쓸한 바람으로 불어와 가을이 올 때마다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세월 꽃으로 만나 낙엽으로 헤어지는 이 가을을 걷노라면 경건한 그 빛깔로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그대여! 잘 익으면 이렇듯 아름다운 것이 어디 가을뿐이겠습니까 그대와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그대와 나의 삶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 이채 가을은 꽃으로 만나 낙엽으로 헤어지는 계절이고, 그대와 나의 삶과 사랑도 잘만 익으면 가을처럼 아름답다고 얘기합니다. 진정 그럴..

힘들면 쉬어가요/230908

힘들면 쉬어가요 내 몸이 내 마음이 언제나 건강할 수는 없잖아요 삐걱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잠시 쉬어 가면 될 것을 그냥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모든 게 귀찮아지고 삶의 의욕도 잃게 되어 정신마저 황폐해져 가는 걸 느끼지요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지 말고 신호가 오면 쉬어가세요 몸과 마음을 힐링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그냥 좀 쉬세요. 시간과 상황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내가 건강해야 세상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글♡조미하 『괜찮은 위로』 중에서 하루 이틀이 다르게 아침기온이 떨어집니다. 도심의 공원과 가로변에 붉디붉은 꽃무릇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추석이 머지않았다는 것이고 서서히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조석으로 갑작스럽게 쌀..

생각은 인생의 소금이다/230906

생각은 인생의 소금이다 좋은 음식이라도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 않으면 그 맛을 잃고 만다. 모든 행동도 음식과 같이 간을 맞춰야 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간을 먼저 보듯이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라. 생각은 인생의 소금이다. - 에드워드 조지 얼리리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가 남긴 유명한 명언입니다. 때로 살다보면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 나온다는 말도 있듯이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겠지만 생각 없이 산다는 건 더 큰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때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 좋은 하루를 만들고 그러한 하루하루가 모여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케 한다고 합니다.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230905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도종환 아침바람에 풀잎들이 살랑살랑 춤을 춘다. 아직 무성한 잎새를 자랑하는 가로수들도 하늘거리고, 더러는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가기도 한다. 가을로 한발자욱 들어섰다. 어제는 무더웠다. 저녁때쯤 제법 많..

9월의 시/문병란/230904

9월의 시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 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 문 병란 달도 차면 기운다 했다. 엊그제 슈퍼 블루문이 뜬다고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오늘 아침 서쪽하늘을 바라보니 크고 둥글었던 슈퍼문은 벌써 반달에 가깝게 기울어 있었다.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다. 들판은 황금물결로 넘쳐나고 나무들은 화려한 빛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 이동순 /230902

홍범도 장군의 절규 / 이동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유고시/230901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라간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는 건지 사방에서 숭숭 바람이 스며든다 낙엽을 말아 올리는 스산한 거리 담뱃불 끄고 일어선 사내가 떠나간다 막바지의 몸부림인가 이별의 포한인가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하는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이별의 계절이다 ......... 계절의 변화라는 게 참으로 오묘하기 그지없다.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식을 줄 모르고, 푹푹 쪄대던 날씨가 그깟 비가..

가렴/백창우 /230831

가렴/백창우 다시 세상이 그립고 두고 온 것들이 살아나 견딜수 없을 때 그리로 가렴 그곳에서 너 다시 외로워지고 무서운 어둠 앞에 혼자 서게 될 때 내가 들려준 노래를 기억하렴 네가 큰 추위 하나 남겨놓는다 해도 난 괜찮아 난 늘 혼자였는 걸 ........ 유난히도 무덥고 많은 비가 내렸던 여름도 이제 8월과 함께 물러가나 봅니다. 어제부터 완연히 선선해진 날씨가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도 비가 내리려는지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반겨주겠지요. 아침의 강변길엔 풀벌레들의 노래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도 맹렬히 울어대던 매미소리는 언제부턴가 잦아들고,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위세를 떨칩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나봅니다. 혹독했던 여름날..

어른이란/230830

어른이란 꼬마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저씨는 어른이에요?" 어른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 자라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이라는 뜻인데 과연 내가 그런가라고 생각하니 머뭇거리게 되었다. 생각이 많아진 나는 오히려 꼬마 아이에게 되물었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사람이니?" 내 물음에 꼬마 아이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어른은 아파도 울지 않아야 하고, 길도 잘 찾아가야죠. 그리고 매운 것도 잘 먹고, 슬퍼도 울면 안 되고, 엄마가 없어도 잘 자야 하고, 놀지도 못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되기 싫은데 되는 게 어른이죠." 꼬마 아이가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나는 아무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 참 잘했어요 중에서 진짜 어른은 없다. 마음속에는 세살짜리 꼬마가 ..

팔십종수(八十種樹)/230829

팔십종수(八十種樹) 박목월 선생의 수필 '씨 뿌리기'에 호주머니에 은행 열매 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 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하고 대답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 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 (六十不種樹)"라는 말이 있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宋兪)가 70세 때 고희연(古稀宴)을 했다. 귤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10년 뒤, 귤열매를 먹고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