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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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유고시/230901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라간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는 건지 사방에서 숭숭 바람이 스며든다 낙엽을 말아 올리는 스산한 거리 담뱃불 끄고 일어선 사내가 떠나간다 막바지의 몸부림인가 이별의 포한인가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하는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이별의 계절이다 ......... 계절의 변화라는 게 참으로 오묘하기 그지없다.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식을 줄 모르고, 푹푹 쪄대던 날씨가 그깟 비가..

가렴/백창우 /230831

가렴/백창우 다시 세상이 그립고 두고 온 것들이 살아나 견딜수 없을 때 그리로 가렴 그곳에서 너 다시 외로워지고 무서운 어둠 앞에 혼자 서게 될 때 내가 들려준 노래를 기억하렴 네가 큰 추위 하나 남겨놓는다 해도 난 괜찮아 난 늘 혼자였는 걸 ........ 유난히도 무덥고 많은 비가 내렸던 여름도 이제 8월과 함께 물러가나 봅니다. 어제부터 완연히 선선해진 날씨가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도 비가 내리려는지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반겨주겠지요. 아침의 강변길엔 풀벌레들의 노래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도 맹렬히 울어대던 매미소리는 언제부턴가 잦아들고,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위세를 떨칩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나봅니다. 혹독했던 여름날..

어른이란/230830

어른이란 꼬마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저씨는 어른이에요?" 어른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 자라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이라는 뜻인데 과연 내가 그런가라고 생각하니 머뭇거리게 되었다. 생각이 많아진 나는 오히려 꼬마 아이에게 되물었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사람이니?" 내 물음에 꼬마 아이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어른은 아파도 울지 않아야 하고, 길도 잘 찾아가야죠. 그리고 매운 것도 잘 먹고, 슬퍼도 울면 안 되고, 엄마가 없어도 잘 자야 하고, 놀지도 못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되기 싫은데 되는 게 어른이죠." 꼬마 아이가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나는 아무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 참 잘했어요 중에서 진짜 어른은 없다. 마음속에는 세살짜리 꼬마가 ..

팔십종수(八十種樹)/230829

팔십종수(八十種樹) 박목월 선생의 수필 '씨 뿌리기'에 호주머니에 은행 열매 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 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하고 대답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 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 (六十不種樹)"라는 말이 있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宋兪)가 70세 때 고희연(古稀宴)을 했다. 귤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10년 뒤, 귤열매를 먹고도 1..

소크라테스의 천국/230825

소크라테스의 천국 소크라테스는 총각 시절에 여러 명의 친구와 비좁은 방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그 좁은 방에 여럿이 살면 불편하고 짜증이 날텐데 뭐가 그리 즐거워 그렇게 웃고 다닙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사니 즐겁습니다. 서로 경험을 나누고 지식도 나누고 서로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 뒤에 같이 있던 친구들이 결혼을 해서 하나 둘씩 떠나고 소크라테스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이 다시 물었습니다. “여럿이 살아 좋다더니, 지금은 혼자가 되어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야 하는데 여전히 웃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지금은 여기 있는 많은 책들을 내 마음대로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선생님들을 내가 독차..

처서(處暑)/문태준/230823

처서(處暑)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 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에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 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 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 익은 산새소리 알은 체 별처럼 시끄럽다 - 문태준 오늘이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입니다. 더위가 물..

인생살이의 네 가지 소중한 지혜 /220622

인생살이의 네 가지 소중한 지혜 ① 제행무상(諸行無常) 태어나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형태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 나도 꼭 죽는다. 라고 인정하고 세상을 살아라. 죽음을 감지하는 속도는 나이별로 다르다고 한다. 청년에게 죽음을 설파한들 자기 일 아니라고 팔짱을 끼지만, 노인에게 죽음은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림과 같나니 종교, 부모, 남편, 아내, 누구도 그 길을 막을 수 없고, 대신 가지 못하며, 함께 가지 못한다. 하루하루, 촌음(寸陰)을 아끼고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②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헤어짐이 세상사 법칙이요 진리이다. 사랑하는 사람, 일가친척, 남편, 부인, 자식, 명예, 부귀영화, 영원히 움켜쥐고 싶지만 하나 둘 모두 내 곁..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230821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승자는 패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고, 패자는 승자보다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고 말한다. 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고 패자의 하루는 23시간밖에 안 된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듯이 폭염이 내리쬐다가 또 비가 쏟아지고, 다시 폭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온다 절정에 가면 모든 것은 내리막길을 가기 마련이다. 느리게, 그리고 주저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지만 미래는 현재가 되는 순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가 버린다. 하루하루는 지루한데 일주일은 금방 흩어지고, 한 달이나 일 년은 쏜살같이 날아가고 없다. 우리 만난 지가 언제였더라 하며 악수하다 보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230818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호주 출신의 작가 '브로니 웨어'는 한 때 요양원 말기 암 환자 병동에서 수년간 일하며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만난 환자들은 죽음의 목전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크고 작은 후회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서 책으로 소개했습니다. 1.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2.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3.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 4. 옛 친구들의 소중함 5.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에 '후회'가 남아 있도록 살아왔다는 그 자체가 후회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마지막을 겪습니다. 사..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230817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찌는 듯한 가마솥 더위 핑계로 잊고 있었던 안부를 전합니다. 후덥지근한 날씨도 입추 말복 지나니 이젠 한풀 꺾이고 조석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한낮에는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곧 말간 하늘 청정한 가을의 맛을 느끼겠지요 우리의 삶도 계절이 지나가듯 초침이 째깍거릴 때마다 변해가고 있잖아요 가을은 우리에게 풍요와 낭만 그리고 그리움도 함께 주는 가 봅니다 선선한 소슬바람 한 점에도 어스름 저녁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에도 눈물이 핑 도니까요 아픈 기억은 잊어버리시고 가을에는 더 행복하십시요 - 내 마음의 온도 중에서 세월이 가고 계절도 변해갑니다. 어느덧 8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조석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걸 보면 그렇게도 뜨거웠던 여름도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이 머..